황사 방지용 마스크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인증을 받은 것을 써야 한다.
때 이른 황사로 건강관리에 비상등이 켜졌다. 유례없는 대형 황사도 예고되고 있어 걱정을 더한다. 황사에 포함된 미세먼지에는 황산염, 질산염 등 독성물질이 들어 있어 각종 질환의 원인이 된다. 내몽골 지역에서 발원한 중국발(發) 황사는 우리나라로 넘어오면서 크기가 작아져 1~10㎛ 크기의 미세먼지가 된다.
문제는 황사에 섞인 먼지를 우리 인체가 제대로 걸러내지 못하면서 발생한다. 중금속 등 독성물질을 포함한 미세먼지가 호흡기에 머물거나 피부 또는 눈에 달라붙으면 호흡기 · 피부 · 안구 질환을 일으키기 쉽다. 특히 급격한 온도차로 면역력이 떨어지는 시기에 불어오는 황사는 각종 환절기 질환을 더욱 악화시키는 불쏘시개 노릇을 하기도 한다.
미세먼지에 가장 취약한 기관은 단연 호흡기다. 콧속 섬모와 기관지 점막은 호흡할 때 외부에서 들어오는 이물질을 걸러내는 기능을 한다. 하지만 이들 이물질 방어기재들은 입자가 작은 물질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콧속을 뚫고 들어간 이물질은 기관지를 거쳐 폐 속까지 들어간다. 미세먼지는 각 장기를 거치면서 해당 부위를 자극해 기침이나 가래, 염증을 유발하고 면역기능을 떨어뜨린다. 심하면 비염, 축농증, 천식 등 각종 기관지염으로 악화된다.
창과 방패, 먼지와 호흡기
특히 알레르기성 비염은 황사나 미세먼지 등에 의해 주로 발생해 매년 큰 문제가 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09~2013년 알레르기성 비염에 의한 상반기 진료 인원은 황사가 심한 3월에 평균 20.4%로 크게 증가해, 5월부터 감소(평균 -9.4%) 추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알레르기성 비염은 이물질이 콧속 점막에 염증을 유발해 발생한다. 콧물, 코 막힘, 재채기가 나는 것이 일반적인 증상. 코로 호흡하지 못하면 집중력이 저하되고, 구강호흡을 하면 입안이 건조해져 각종 질환을 일으킨다. 황사 시기 구강호흡을 하는 이들에게 구취가 많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비염을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축농증이나 중이염, 후비루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미세먼지로부터 호흡기를 지키려면 일단 외출을 자제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불가피한 바깥 활동 시에는 반드시 황사마스크를 착용하도록 한다. 황사마스크를 고를 때는 제품용기 또는 포장에 ‘의약외품’ ‘황사방지 또는 황사마스크’라는 표시를 확인해야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인증 황사마스크인 KF80은 평균 0.6㎛ 입자를 80% 이상, KF94는 평균 0.4㎛ 입자를 94% 이상 차단할 수 있다.
강희철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미세먼지는 호흡기 질환 환자에게 천식을 유발할 수 있으며 세균이나 공해물질이 포함된 황사를 흡입하면 폐렴이나 기관지염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정상인도 호흡이 곤란하고 목이 아픈 목감기 증상을 유발할 수 있는데 기관지가 약한 만성 폐질환자의 경우는 그 정도가 매우 심해 호흡이 아주 어려워질 수 있다”고 밝혔다.
김대복 혜은당클린한의원 원장은 “외부 자극으로부터 몸을 보호하려면 면역기능 자체를 강화하는 것도 중요한데, 이를 위해 세포가 질환을 유발하는 세균을 제어할 수 있도록 세포의 연료가 되는 혈액을 맑게 유지해야 한다”며 “날씨가 안 좋을수록 달고 짠 자극적인 음식보다 몸속 노폐물을 배출하거나 기관지를 강화하는 미나리, 배 같은 자연식품을 자주 먹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강희철 교수가 권하는 일반적인 황사 피해 대처법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외출 시 보호안경과 마스크 착용 △귀가 후 손과 발 깨끗이 씻기(2중 세안) △노약자, 어린이, 호흡기 질환자는 실외 활동 자제 △농수산물 충분히 세척 후 섭취 △일반인의 과격한 실외 운동 자제 △식품가공, 조리 시 철저한 손 씻기(2차 오염 방지) △실내외 청소로 황사 신속 제거 △창문 등을 통한 외부공기 접촉 차단 △가습기 사용 △충분한 물 섭취 등이 그것이다.
몸 가장 바깥에서 미세먼지에 직접 노출되는 피부도 타격이 심한 부위다. 특히 미세먼지에 포함된 크롬과 니켈은 알레르기성 접촉 피부염의 가장 흔한 원인으로 꼽힌다. 민감성 피부 또는 아토피 피부염을 가진 환자의 경우 자극과 알레르기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피부를 자극하거나 염증이 심해질 수 있다.
미세먼지 알갱이가 모공을 막는 것도 문제다. 피부 밖으로 피지가 제대로 배출되지 못하면 여드름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다. 환절기엔 피지 분비량이 늘어나 여드름 환자를 더욱 괴롭게 한다. 피부가 피지를 배출하고자 안간힘을 쓰면서 모공 또한 넓어진다. 한번 넓어진 모공은 다시 되돌리기 어렵고, 이는 피부 노화나 피부 트러블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여드름, 피부 노화의 주범
수도권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을 나타낸 2월 11일 서울 남산 산책로에서 바라본 용산 방향 시가지가 뿌옇다.
따라서 외출할 때는 옷이나 모자, 마스크로 피부를 먼지로부터 차단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손 씻기와 세안이다. 손과 얼굴은 항상 노출되기 때문에 씻지 않은 손으로 얼굴을 만지는 것은 금물이다. 외출에서 돌아오면 바로 씻고, 눈과 코 등 점막 주변까지 세안해야 한다. 강하게 문지르는 것보다 부드럽게 솜털까지 씻어야 노폐물을 깔끔하게 닦아낼 수 있다. 뜨거운 물보다 21도 정도의 미지근한 물로 세안하면 건조함도 방지할 수 있다. 황사나 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된 날에는 2중 세안과 꼼꼼한 세척이 필수다.
정원순 연세스타피부과 원장(피부과 전문의)은 “미세먼지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다양한 피부질환이 생길 위험이 높고 노화도 촉진된다”며 “무엇보다 각자 위생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이 먼저지만, 모공이 넓어지거나 피부 트러블이 생겼을 때는 방치 또는 자가 치료를 하는 것보다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치료하는 것이 피부 문제를 신속하고 확실하게 해결하는 지름길”이라고 조언했다.
황사와 미세먼지 같은 이물질은 결막에 염증을 일으켜 안구건조증을 유발할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안구건조증으로 진료받은 환자는 3월이 9.1%(31만7000명)로, 월평균 8.3%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2011년 기준). 미세먼지에 포함된 독성물질은 알레르기성 결막염을 일으킬 수 있다. 결막의 과민반응으로 일어나는 알레르기성 결막염은 안구건조증이 동반되면 증상이 더욱 심해진다. 따라서 간지럽다고 함부로 눈을 비벼서는 안 된다. 눈물층이 깨져 건조해진 각막은 작은 충격에도 상처가 나기 때문이다. 또한 상처 부위로 미세먼지에 포함된 균이 침투해 2차적인 각막궤양을 일으킬 수 있다. 각막궤양은 영구적인 시력 저하를 일으킬 수 있어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정영택 온누리스마일안과 원장은 “황사나 미세먼지 경보가 발령되면 일단 콘택트렌즈 착용을 줄이는 게 좋다. 눈이 뻑뻑할 때는 일회용 인공누액을 사용해 눈을 씻어내야 하고, 알레르기 반응이 있거나 안구건조증이 심할 때는 병 · 의원을 찾아 점안용 스테로이드제나 항염증제로 치료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영철 주간동아 기자 ftdog@donga.com